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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함정들 - 인지편향

목표 지향 편향 - 목표에 집착하며 놓치는 진실

by SerendInfo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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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만 봐도 '갓생' 살겠다며 목표 리스트를 빼곡히 채우는 게 유행이다. 아침 6시 기상, 아침 운동, 건강한 식단, 하루 독서 1시간, 퇴근 후 자기 계발... 모두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시대다. 나 역시 올해 초에는 12가지 연간 목표를 세우며 의욕에 불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목표 달성에만 집착하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목표 그 자체보다 목표 달성에 더 집착하게 된 걸까? 오늘은 '목표 지향 편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들은 없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

 

목표 지향 편향의 이해

목표 지향 편향이란 목표 달성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가치나 정보를 간과하게 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목표 달성 터널 시야'라고 할까? 경주마가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도록 눈 옆에 가리개를 다는 것처럼, 우리도 목표에만 몰두하다 주변의 중요한 신호들을 놓치곤 한다.

사실 우리 뇌는 원래 목표 지향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원시 시대부터 인간은 식량 확보, 위험 회피 같은 명확한 목표를 향해 행동해왔고, 이런 목표 중심 사고는 생존에 도움이 됐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경향이 과도하게 증폭된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 같은 성과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성공을 위한 5단계', '목표 달성 노하우' 같은 콘텐츠가 넘쳐나고, SNS는 누군가의 '완벽한' 목표 달성 과정만 보여준다.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것이 마치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책상 앞에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파이팅!'이라고 적어놓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친구를 봤다.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그 친구가 잃고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됐다.

 

일상에서 목표 지향 편향의 모습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 편향이 명확히 드러난다. 작년에 내가 리드했던 마케팅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은 '월 전환율 15% 증가'라는 KPI에만 초점을 맞췄다. 결과적으로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무리한 단기 프로모션으로 장기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고 팀원들은 번아웃에 시달렸다. 숫자는 올라갔지만 그 이면의 비용을 간과한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시험 점수 때문에 밤새워 암기하고, 단순히 좋은 대학 가기 위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희생하는 학생들. 고등학교 때 나도 그랬다. 수학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문제 풀이 패턴을 외워 점수받는 데 급급했었다. 나중에 대학 가서 그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개인 생활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올해는 10kg 감량'이라는 목표에 집착하다 요요 현상에 시달리고, '집 장만'이라는 목표만 보고 달리다 정작 그 집에서 누릴 여유와 행복은 잃어버리는 경우. 며칠 전에는 '하루 독서 1시간' 목표 때문에 피곤한 상태로 억지로 책을 읽다가 내용은 하나도 기억 못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웃음이 나왔다. 목표 달성은 했지만, 독서의 진짜 의미는 놓친 셈이다.

 

목표 지향 편향의 대가

이런 편향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터널 시야다. 목표만 바라보다 보면 주변의 중요한 신호들을 놓치게 된다. 한 번은 승진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하다가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 건강, 심지어 동료들과의 관계까지 희생했던 선배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결국 승진은 했지만 번아웃과 가족 갈등으로 그 기쁨을 누리지도 못했다.

또한 목표 달성에 집착하다 보면 윤리적 판단력도 흐려질 수 있다.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위험하다. 학창 시절 성적을 위해 컨닝을 고민했던 순간이나, 업무에서 단기 실적을 위해 데이터를 살짝 '조정'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행히 그런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목표에 대한 집착이 우리의 윤리적 나침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행복과 만족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목표 달성에만 행복을 연결시키면 현재의 순간을 즐기기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행복할 거야", "이 목표만 이루면 만족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이 오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행복은 계속 미뤄진다. 마치 당근을 쫓는 당나귀 같은 느낌이랄까?

창의성과 유연성 감소도 큰 문제다. 정해진 목표에만 집중하면 예상치 못한 기회나 대안적 방법을 발견하기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목적지만 정해놓고 출발하면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게 된다"고 했다. 진짜 혁신과 발견은 종종 계획된 경로에서 벗어날 때 일어나는 법이다.

저 멀리 목표점을 향해 뻗어있는 길로만 획일적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목표 설정의 균형 찾기

그렇다면 목표 자체를 포기해야 할까? 물론 아니다. 중요한 건 균형이다. 내가 시도해보고 효과를 느낀 방법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 한다.

우선,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매일 30분 걷기"라는 목표가 있다면, 체중 감량이나 건강 지표 개선만이 아니라 걷는 동안의 몰입감, 자연과의 교감, 마음의 안정 같은 과정의 가치도 인식하자. 실제로 나는 걷기 목표를 세웠다가 체중 변화가 없어서 포기하려던 찰나, 걷는 동안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과는 미미했지만 과정의 가치를 발견한 셈이다.

목표는 유연하게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재평가하는 게 좋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이것인지, 상황이 바뀌었다면 목표도 조정할 필요는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초에 세운 독서 목표를 중간에 수정한 덕분에 억지로 책 페이지만 넘기는 대신 정말 몰입해서 읽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영역의 가치를 포괄하는 목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 관계, 건강, 취미, 성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균형 잡힌 목표를 세우면 한 영역에만 집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업무 성과, 건강, 관계, 취미 네 가지 영역에서 각각 하나씩의 소소한 목표를 세우는 방식이 도움이 됐다.

 

실천적 제안: 편향을 넘어서는 지혜

목표 지향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적 방법들도 생각해봤다. 먼저, 자기 인식을 높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이번 주에 나는 어떤 것을 놓치고 있지?"라는 질문으로 저녁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명상이나 성찰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동료나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면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던 내게 "그게 정말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을까?"라고 물었던 멘토의 한마디가 관점을 바꿔놓았다.

결과와 과정을 균형 있게 평가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월간 리뷰를 할 때 목표 달성 여부뿐 아니라 '얼마나 배웠는지', '어떤 가치 있는 관계를 형성했는지',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는지' 같은 질문도 함께 던져보자.

마지막으로, 작은 실험을 통해 변화를 시도해보자. 하루는 목표를 완전히 잊고 순간의 흐름에 맡겨보기, 계획에 없던 활동 시도해 보기, 평소와 다른 경로로 출퇴근해 보기 같은 소소한 실험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다.

 

목표는 우리 삶을 이끄는 나침반이 될 수 있지만, 그 나침반에만 집착하다가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기 쉽다. 과정에서의 배움과 성장, 관계의 깊이, 순간의 기쁨... 이런 가치들이 때로는 목표 달성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오늘 저녁, 잠시 목표 리스트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나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지?" 그리고 "내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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