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면 게임 30분!”
“이 일만 끝내면 회식 쏠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싶을 때, 흔히 보상을 사용한다. 보상은 당장 효과가 있다. 아이는 책상에 앉고, 직원은 마감을 맞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느 순간부터 보상이 없으면,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처음엔 즐거워서 하던 일인데, 왜 시간이 지나면서 억지로 하게 되는 걸까?
그 원인을 설명해 주는 심리학 개념이 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과잉 정당화 효과’다.
과잉 정당화 효과란? – 동기가 뒤바뀌는 심리학의 아이러니
과잉 정당화 효과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원래 재미있어서 하던 일이, 외부 보상 때문에 재미없어지는 현상.”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고, 해보고 싶어 한다. 이것이 ‘내적 동기’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글쓰기를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매일 일기 쓰면 만 원 줄게”라는 보상이 등장하면, 그 사람의 뇌는 묻는다.
“이걸 왜 하지? 아, 돈 때문이지.”
그 결과, 글을 쓰던 본래의 즐거움은 퇴색되고, 보상 없이는 펜을 들기도 싫어진다.
말장난 같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꽤나 설득력 있는 이론이다.
이 현상은 실제로 심리학 실험을 통해도 증명된 바 있다. 대표적인 연구는 1973년, 레퍼(Lepper)와 그린(Greene)이 수행한 **‘그림 그리기 실험’**이다.
그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유치원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 A그룹: 그림을 그리면 상을 준다고 미리 약속
- B그룹: 그림을 그린 뒤 상을 깜짝 선물로 제공
- C그룹: 아무런 보상도 약속하지 않음
며칠 후, 다시 자유롭게 놀게 했을 때 어떤 그룹이 가장 적게 그림을 그렸을까?
놀랍게도, 상을 미리 약속받았던 A그룹 아이들이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보상을 받고 나서 그 흥미를 잃은 것이다.
실생활 속에도 있다 – 아이, 직장인, 그리고 나
이 효과는 단지 실험실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는다.
가령, 아이가 블록 놀이를 정말 좋아한다고 하자. 그런데 “블록으로 멋진 집을 만들면 아이스크림 줄게!”라고 하면? 어느새 블록은 아이스크림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스크림이 없으면 “그럼 안 할래”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저 놀던 놀이가 ‘미션’이 되어버린 순간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업무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일한다. 그런데 회사가 실적 보너스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성과 = 돈”이라는 등식이 생기면서, 일 자체의 의미는 흐려진다. 보너스가 없는 달이면 일에 대한 의욕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또 있다. 취미가 일이 될 때다.
요즘은 블로그, 유튜브 등 좋아하는 걸 콘텐츠로 만드는 시대다. 처음엔 정말 즐겁다. 내가 좋아서 만든다. 그런데 구독자 수, 수익, 광고… 이런 외적 요소들이 개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좋아서 시작했는데 왜 스트레스가 생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당신도 과잉 정당화의 늪에 빠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단지 ‘흥미 저하’가 아니다 – 동기의 질이 달라진다
과잉 정당화 효과가 무서운 건, 단순히 “흥미가 떨어진다”는 수준이 아니다.
동기의 ‘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데 있다.
외적 보상은 강력한 동기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무언가를 자발적으로 하고 싶다는 내면의 동기, 즉 내적 동기는 장기적인 몰입과 창의성을 불러온다. 하지만 외적 보상이 전면에 나오면, 사람은 그 일의 의미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이는 교육, 직장, 가정 어디서나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100점 맞으면 선물 줄게”라는 말만 반복하면, 아이는 점수에만 집중하게 된다.
왜 배우는지, 무얼 느꼈는지는 뒷전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성과를 못 내면 보너스 없다”는 압박 속에서는 협업보다 경쟁, 창의성보다 매뉴얼을 따르는 게 더 안전해진다.
결국 우리는 즐거움과 의미라는 가장 강력한 연료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건강한 동기부여를 위한 팁
그렇다고 보상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적절한 보상은 동기를 자극하고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문제는 보상의 방식과 타이밍,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다.
먼저,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자.
무언가를 강요받아할 때보다, 스스로 선택했을 때 동기는 오래간다.
아이에게 “이걸 해봐”보다는 “이 중에 뭐 해볼래?”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보상은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100점 맞아서 기특해”보다는 “공부하는 동안 집중한 게 대단했어”라는 말이 더 오래 기억된다.
그리고 때때로는, 보상을 아예 주지 않는 편이 낫다.
어떤 일은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게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그 즐거움 자체가 최고의 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과를 좋아하고, 성과를 원한다.
그래서 보상을 사용하고, 동기를 자극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때로는 보상이 그 일을 망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좋아했던 마음, 그 시작을 잊지 말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동기를 주고 싶을 때는, 그들의 내적 동기를 지켜주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 보자.
과잉 정당화의 함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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