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망각 -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과소평가하는 심리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잔다. 이런 패턴은 안정감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드물고 충격적인 사건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갑작스러운 경제 붕괴나 전 세계를 뒤흔드는 전염병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런 사건을 '블랙스완'이라고 부른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만든 용어로, 예측 불가능하고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뜻한다.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혹은 9·11 테러 같은 일들이 그 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블랙스완을 과소평가하거나 아예 무시한다는 점이다. 이 심리적 편향을 '블랙스완 망각'이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블랙스완 망각이 무엇인지, 왜 생기는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이 편향을 이해하면 불확실한 세상에서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다.

 

블랙스완 망각이란 무엇인가

블랙스완 망각은 극단적이고 드문 사건의 가능성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작은 위험에 주로 신경 쓴다. 비가 올까 걱정하거나 길에서 넘어질까 조심한다. 하지만 경제가 무너지거나 전염병이 퍼지는 상황은 쉽게 떠올리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많은 경제학자와 금융 전문가는 주택 시장 붕괴가 그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과거 데이터로는 그런 위기가 올 확률이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도 비슷하다. 2019년 초만 해도 전 세계가 멈출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경험과 통계적 평균에 의존한다. 이상치, 즉 블랙스완 같은 사건은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이런 경향은 위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그러다 막상 사건이 터지면 손쓸 틈 없이 무너진다. 블랙스완 망각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우리의 판단 체계에 깊이 뿌리 박힌 편향이다.

왜 우리는 블랙스완을 과소평가하는가

블랙스완 망각은 여러 이유로 발생한다. 먼저 인지적 한계가 있다. 인간의 뇌는 복잡한 확률 계산을 잘하지 못한다. 대신 단순한 패턴을 찾는다. 매일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을 챙기지 않는 식이다. 드문 사건은 '일어날 리 없다'고 치부한다.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과 연결할 수 있다. 자주 보거나 기억나는 정보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하면 차 조심을 하지만, 팬데믹은 영화 속 이야기로만 남는다. 문화적 요인도 크다. 현대 사회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다. 학교에서는 평균 성적으로 평가받고, 기업은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를 계획한다. 이런 환경에서 블랙스완은 비현실적인 상상으로 밀려난다. 심리적 방어도 작용한다. 불확실성을 마주하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가능성을 외면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경고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블랙스완을 '있을 법하지 않은 일'로 만든다. 이런 심리적 함정은 우리를 안일하게 한다.

 

블랙스완 망각의 실질적 결과

블랙스완 망각은 실제로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 역사적 사례를 보자.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약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의학은 발전했지만, 그런 대규모 전염병을 상상하지 못했다. 준비가 부족해 피해가 커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그렇다. 일본은 지진 대비에 익숙했지만, 쓰나미와 원전 붕괴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간과했다. 결과적으로 방사능 유출과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개인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주식 투자자가 한 종목에 전 재산을 몰빵 했다가 시장 붕괴로 모든 걸 잃는 경우가 많다. 2020년 초 암호화폐 열풍에 뛰어든 사람들이 급락으로 손실을 본 것도 비슷하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더 심각하다. 기후변화는 이미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정책 결정자들은 단기 성과에 치중한다. 극단적 기상이변이나 해수면 상승 같은 블랙스완을 준비하지 않는다. 이런 무시는 시스템 붕괴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는 뉴올리언스의 방재 시스템 부실을 드러냈다. 블랙스완 망각은 개인의 삶을 망치고,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무시의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블랙스완 망각 극복하기

이 편향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의 본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식하고 줄이는 노력은 할 수 있다. 먼저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이 통계나 과거 데이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고 인정한다. 이 태도가 기본이다. 실용적인 방법도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여러 가능성을 상정해 계획을 세우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기업은 경제 호황, 불황, 혹은 전쟁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전략을 짠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집을 살 때 금리 상승이나 실직 같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화재보험을 드는 것처럼, 예상 밖의 일에 대비한다.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둔다. 예를 들어, 팬데믹을 상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2020년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반면,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했다. 블랙스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망각을 줄이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준비된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이 편향을 극복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수다.

 

일상 속 블랙스완 대비법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작은 습관부터 시작한다. 비상금을 마련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여러 선택지를 둔다. 한 가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각화하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투자를 할 때 한 종목에 몰빵하지 않고 여러 자산에 나눈다. 직업적으로도 그렇다. 한 분야에만 매달리지 않고 부업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 철학적 접근도 도움이 된다. 예측 불가능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불안이 줄어든다.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를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대비책을 마련하면 피해를 줄인다. 블랙스완 망각은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이를 인식하고 대비하는 건 선택이다. 현대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다. 기술 발전, 기후변화, 지정학적 갈등이 언제든 블랙스완을 일으킬 수 있다. 이 편향을 극복하는 능력이 생존 기술이 된다. 지금 작은 준비를 시작하면 미래의 큰 충격을 견딜 힘이 생긴다. 블랙스완은 무섭지만, 망각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