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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함정들 - 인지편향

역사 왜곡 편향 - 과거를 현재에 맞춰 재해석하는 함정

by SerendInfo 2025. 4. 7.

우리는 정말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가?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우리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해석하며,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역사란 곧 ‘사실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주관적이다. 역사 왜곡 편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종종 과거의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현재의 가치관이나 정보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곤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인물이 왜 그 당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맥락은 무시한 채, “그건 당연히 잘못된 선택이었지”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회고편향’과 ‘현재주의’가 결합된 형태이며, 우리가 과거를 왜곡되게 기억하고 해석하게 만드는 인지적 함정이다.

이 글에서는 ‘역사 왜곡 편향’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의 역사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대표적인 사례들과 함께 이 편향을 피하기 위한 방법까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과거를 넘어서 현재와 미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도시 풍경 속 과거 인물들과 현대 문물이 섞인 장면

 

 

역사 왜곡 편향이란 무엇인가

역사 왜곡 편향은 두 가지 인지편향이 맞물릴 때 발생한다. 첫째는 회고편향이다. 회고편향은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그 결과를 미리 예측했거나 알고 있었다고 느끼는 심리적 경향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전쟁에서 한 나라가 패배했을 때,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고,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했음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둘째는 현재주의다. 현재주의는 현재의 시각, 가치관, 정보 수준으로 과거를 해석하려는 경향이다. 우리는 지금 알고 있는 정보나 사회적 통념을 바탕으로 과거의 사람들도 똑같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 가정하며 판단한다. 예를 들어, "그 시대 사람들도 당연히 인권의 가치를 알았을 텐데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라는 생각은, 당대의 사회 구조나 문화적 맥락을 무시한 해석일 수 있다.

이 두 가지 편향이 합쳐지면, 우리는 역사를 단순화시키고, 특정한 내러티브에 끼워 맞춰 이해하게 된다. 결국, 과거는 현재의 프레임 속에서 재해석되고, 그 과정에서 사실보다 감정과 판단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이 편향은 어떻게 역사 해석을 바꾸는가

이러한 역사 왜곡 편향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은근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학교 교과서에서 소개되는 역사 인물들은 대부분 한 가지의 성격이나 역할로만 묘사된다. 독립운동가는 언제나 용기 있는 영웅으로, 특정 정권의 인물은 일방적인 악당으로 그려지기 쉽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는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복잡한 역사적 맥락이나 개인의 다양한 면모는 쉽게 생략된다.

또한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도 이 편향은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과거의 어떤 정책 결정이나 외교적 선택을 평가할 때, 지금의 정보와 기준으로 “왜 그렇게밖에 못했는가?”라는 식의 비판이 뒤따른다. 이는 그 시대의 기술적 한계, 사회적 합의, 외교 환경 등을 무시한 판단일 수 있다.

이런 방식의 해석은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방해한다. 또한 특정 집단이나 이념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퍼뜨릴 때, 대중은 쉽게 그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경우, 역사는 기억이 아니라 ‘이용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역사 왜곡 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각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나치 독일은 그 대표적인 예다.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과거 독일 제국의 영광을 현재의 민족주의적 가치로 해석해 선전했고, 이는 국민들에게 정당한 역사적 복권처럼 인식되었다. 이런 방식은 과거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욕망을 투영한 해석이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도 이와 같은 편향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 시절의 협력자에 대한 평가나, 6.25 전쟁 이후의 반공 정책, 산업화 시대의 독재 정권에 대한 인식 등은 세대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어떤 인물은 시대의 영웅으로 추앙받다가도, 다른 시기에는 독재자나 배신자로 몰리기도 한다. 이는 과거 그 인물이 속해 있던 시대적 맥락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기준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역사가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해석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해석은 언제든지 우리의 인지적 편향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의 깊게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이 함정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역사 왜곡 편향의 함정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다양한 관점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이다. 역사를 바라볼 때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특정 인물을 절대적으로 영웅시하거나 악마화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는 가능한 한 1차 사료나 당대의 자료를 직접 접해보려는 시도다. 그 시대에 쓰인 신문, 편지, 보고서 등을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한계 속에 있었는지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모두가 전문 연구자가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2차 정보만을 기반으로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일은 피해야 한다.

세 번째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인간의 도덕 기준, 사회 시스템, 정보 접근성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과거를 현재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지금 우리의 시야를 좁히는 일이 될 수 있다.

역사를 보는 태도는 곧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우고자 하지만, 그것은 정확한 이해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저 편향된 시선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에게도 해를 끼친다.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는 노력은 단지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